느릅령 호랑이 산신의 경고

우보산 느릅령은 옛날 황지에서 삼척 도계 지방으로 넘어가는 큰 고개로 삼척에서 경상도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신라시대 때부터 태백산으로 천제를 지내러 가는 사람들이나 보부상들은 영서와 영동을 잇는 그 고갯마루를 지나야만 했다. 하지만 험한 산길에 가장 무서운 것은 재물을 빼앗는 산적보다 호랑이였다. 사람들은 호랑이에게 물려가지 않으려고 몇 사람씩 무리를 지어 징이나 꽹과리를 치며 고개를 넘었다. 하지만 이 고개를 넘는 와중에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는 이들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느릅령을 오가는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황지에 사는 한 효자가 조상의 제사에 쓸 제수를 마련하러 소달장(도계장)으로 가려고 몇몇 사람들과 느릅령으로 올라갈 때였다. 걸음이 빠른 사람들이 먼저 고갯마루를 넘어가고 바삐 그 뒤를 따르던 효자가 막 고갯마루로 올라섰을 때였다. 갑자기 어흥 소리와 함께 집채만 한 호랑이 한 마리가 효자를 덮치는게 아닌가.
효자는 호랑이를 보곤 놀라 그 자리에서 그만 혼절을 하고 말았다. 한참 만에 깨어나 정신을 차려 보니 호랑이가 그 곁에 있었다. 효자는 곧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거라는 생각에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호랑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어흥, 나는 이곳 산신이다! 그동안 너희들이 제사를 지내지 않고 고개를 함부로 넘기에 너희들을 혼내주려 잡아먹었다. 오늘 너를 잡아먹으려 했으나 네가 하늘이 낸 효자라기에 살려 보내겠다. 그 대신 돌아가서 산제(山祭)를 정성껏 지내면 다시는 큰 재앙이 없으리라!”
호랑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홀연히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다.

저자 이규희는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강원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8년 중앙일보사 소년중앙문학상에 동화 《연꽃등》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화, 그림책, 청소년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하고 있으며 이주홍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어린이문화대상을 비롯하여 여러 상을 받았다. 지은 작품으로 《악플 전쟁》, 《왕세자가 돌아온다》, 《독립군 소녀 해주》, 《사람을 품어 나라를 세우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엄마 엄마 이야기해 주세요 》등이 있다.


안전과 평화를 기원하는 느릅령 산신제

효자는 고마움에 첫해에는 호랑이에게 소를 바쳤으나 다음 해엔 소를 바치지 않았다. 곧 마을에 흉년이 들고 질병이 만연했다. 산신이 노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부랴부랴 황소를 장만하여 제사를 올렸고 마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이후 상장면, 하장면, 소달면 마을 사람들은 뜻을 모아 고갯마루에 산신당을 짓고, 효자가 호랑이를 만나 계시를 받은 날인 음력 4월 16일을 기하여 매년 소를 잡고 떡을 하여 경건하게 제를 지냈다. 마을의 평화와 복을 위해 산신제는 매년 거르지 않고 치러졌다.
산신제를 지내는 풍습은 지금까지 이어져 상장면, 하장면, 소달면 주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산신제를 보러 온다. 산신제가 치러지는 날이면 유령 산신각에서는 유림회의 주관으로 삼헌관들은 흰옷을 차려입고 정성껏 제를 올린다. 산신제가 열리는 날에는 지역 유지, 내빈, 마을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음식을 들고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떡과 고기를 나눠 먹는다. 느릅령 산신제는 이제 긴 역사를 자랑하는, 태백의 대표적인 전통문화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긴 여정 끝의 무사 귀환을 빌었던 마음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던 그때, 두 다리에 의지해 타지로 향해야 했던 낯선 여정은 옛 사람들에게는 큰 위험이었을 거라 가늠해본다. 전설에서처럼 맹수가 위협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고 한적한 길에서 만난 낯선 이도 때론 위험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험한 산길 그 자체도 장애가 되었을 것이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건너는 이 고갯길이 타지로 옮겨가는 유일한 교로임에도 불구하고 호랑이 산신에 대한 이와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은 당시 나그네들의 마음이 그대로 이 느릅령 고개 위에 녹아들었기 때문 아닐까. 낯선 길에 대한 불안한 마음과 집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무탈하게 여정이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 말이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엄마로부터 수없이 전해 듣던 전래동화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건 늘 호랑이 이야기였다. 하지만 태백산 고갯마루의 호랑이 전설이 여타 이야기 속의 호랑이들과는 사뭇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일지도 모른다.

Tip . 태백 느릅령 산신제 정보
위치 : 태백시 황연동 14통 솔안마을
일시 : 매년 음력 4월 16일 오전 11시 경에 제향
내용 : 태백시에서 주관하는 마을 행사이다. 제례는 유교식으로 진행되며 제의가 끝나면 음복한 다음 모두 함께 점심(소고기국밥)을 먹고 제사에 사용한 쇠고기 반 근과 떡 등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현장에 온 이들에게 나누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