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김태권) 학교를 갈 때 들고 다니던 가방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의 내부에 그네를 설치하여 주민들의 놀이와 쉼터 기능을 포함하였다. 그네를 타며 서로의 꿈과 고민을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소로, 학생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책가방을 “학교 가는 길”의 콘셉트로 구상하였다.

문학의 길–학교 가는 길(최응식) 구공탄 마을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야간에는 조명을 사용하여 연탄불이 비치는 형상을 연출하며 도계의 상징적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벚꽃나무 쉼터(김나리) 구공탄 마을회관 앞의 벚나무는 실제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이다. 벚나무가 작품에 포함되도록 원형으로 타공하여 평상을 작품화하였다. 연탄을 형상화한 원형 평상과 연탄집게 모양의 프로젝트 설명판을 조화롭게 구성하였다.

쇠락의 늪에서 희망의 숲으로

느릿느릿, 가만가만, 도란도란. 곱고 순한 의태어들이 마을 곳곳에 살아 숨 쉰다. 볼 것이 많으니 느리게 걷기에 좋고, 쉴 곳이 많으니 조용히 머물기에 좋다. 걷거나 쉬다가 누군가와 말을 섞기도 참 좋다. 서두느라 놓치는 것들, 시끄러워 포기하는 것들, 불편해서 삼키는 말들.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주민들의 삶에서 ‘그런 것들’을 조금씩 거둬가고 있다. 공간이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주민들의 시간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삼척시 도계읍 도계4리 구공탄마을은 1970년대 석탄산업 활황기에 조성된 마을이다. 1998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경제침체와 시설노후의 늪을 오랜 시간 헤매왔다. 쇠락의 늪을 희망의 숲으로 바꿔줄 돌파구로 도계4리 주민들은 ‘마을미술’을 택했다.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재)아름다운 맵, 삼척시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2018 마을미술프로젝트 공모에 당당히 선정되면서, 늪에서 숲으로의 변화를 마침내 꿈꿀 수 있게 됐다. 작품 제작은 ‘꿈꾸는 느티나무회’에 소속된 지역예술가들이 맡았다. 최응식 책임작가를 비롯해 김태권, 정해선, 김민선, 김나리 작가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추위와 싸워가며’ 작업했다(이미선 씨는 행정을 맡았다). 공연과 시낭송이 어우러진 작품제막식은 지난 1월 4일에 개최했다. 겨울 한복판에 ‘마을의 봄’이 찾아왔다.
도계4리 마을미술은 ‘학교’를 중심소재로 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구공탄마을은 학생들과 주민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마을중심 도로변에 다섯 개의 학교(도계여자중학교, 도계중학교, 도계고등학교, 도계전산정보고등학교, 장원초등학교)가 줄지어 선 동네다. 학생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지역주민들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선사해 ‘누구나 걷고 싶은 길’이 되도록 만드는 것. ‘구공탄마을–학교 가는 길’의 탄생배경이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주민의 참여가 가장 중요해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어요. 지나친 예술성보다는 소소한 편의성이 많이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더라고요. 작품에 적극 반영했고,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영연 이장(44세)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최응식 책임작가(49세)는 이영연 이장과 도계중·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2014년 강원도마을공동체지원사업 때 의기투합해, 마을벽화와 연탄화분 작업을 함께한 적이 있다. 그 때의 노하우가 이번 프로젝트 진행에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방기석 사무장(39세)도 두 사람과 고향 선후배 사이다. 다른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잠시 고향에 왔다가, 마을을 위한 선배들의 노력을 보고 이번 프로젝트에 전격 합류했다. 과거형이던 ‘학교 가는 길’을 아름다운 현재형으로 만든 사람들. 세 사람의 미소가 눈부시다.

꽃 피는 봄이 오면(최응식) 담쟁이 넝쿨을 훼손하지 않고 작품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꽃과 나비, 조명 등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하단부의 옹벽은 타일벽화로 설치하였다. 이곳은 학교 앞 횡단보도의 정면에 해당하는 장소로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로 작품을 구상하였으며 타일 사이로 엘이디 조명이 점멸하여 야간에 운치있는 거리가 되도록 제작했다. 엘이디 조명에 필요한 전원은 태양광 집열판을 사용하여 친환경 자연 에너지를 사용하였다.

주민의 일상으로 들어온 마을 미술

첫 번째 작품은 구공탄마을을 상징하는 <문학의 길–학교 가는 길>이다. 마을에 버려져있던 시멘트 맨홀을 활용해 구공탄 모양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아홉 개의 구멍 안엔 도계를 상징하는 아홉 개의 이미지(느티나무, 너와집, 급수탑 등)가 담겨 있다. 야간에 조명이 켜지면 ‘연탄불’ 형상이 연출된다. 낮보다 추운 밤이 와도, 마음은 외려 따뜻해진다.
두 번째 작품인 <벚꽃나무 쉼터>는 마을 어르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다. 도계4리 마을회관 맞은편엔 오래된 벚나무가 한 그루 있다. 그 그늘 아래 평상을 들여놓고, 강바람과 산바람을 맞으며 쉬어가던 마을 어르신들. 그분들의 소중한 휴식처를 고스란히 살린 것이 바로 이작품이다.
“지금도 이렇게 좋은데, 벚꽃이 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오랜 세월 이웃으로 살아온 윤숙자(73세), 이옥순(75세), 임옥자(77세), 이도화(81세) 할머니. 날이 좀 풀린 뒤로 네 사람은 수시로 이곳에 나와 햇볕을 쬔다. 그 가운데 윤숙자 할머니는 행여 들마루가 더러워질까, 매일같이 나와 걸레질을 한다. 연분홍 벚꽃이 꽃비 되어 흩날리는 날. 꽃처럼 미소 지을 네 할머니의 모습이 서둘러 눈앞에 그려진다.
세 번째 작품 <꽃 피는 봄이 오면>은 담쟁이넝쿨이 있는 도계고등학교 도로변 옹벽에 꽃과 나비(도계지역에 서식하는 ‘붉은점모시나비’)를 장식해 놨다. 머잖아 푸른 담쟁이넝쿨이 옹벽을 덮으면, 붉은 꽃잎이 한층 눈부시게 빛날 것이다.
네 번째 작품인 <시를 느끼는 쉼터-休>는 도계고등학교 앞 공터에 설치됐다. 시를 쓰는 원고지와 연필, 느낌표 모양의 벤치로 구성돼 있다.
<벚꽃나무 쉼터>가 친목을 위한 쉼터라면, 이 공간은 글자 그대로의 ‘쉼터’다. 도계중앙시장에서 장을 본 동네할머니들이 마을 안쪽으로 걸어오려면 중간에 한 번쯤 쉬어야 한다. 그 용도로 마련된 곳이다. 장바구니를 잠시 내려놓고 느낌표 벤치에 앉으면, 노란색 투명판에 쓰인 김소월의 시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밑 동덕천에선 시냇물소리가 들려오고, 가빴던 숨도 저렸던 다리도 어느새 회복된다.

책 읽는 쉼터-休(정해선) 쉼터와 버스정거장 기능의 조형작품으로 학교 가는 길의 콘셉트로 구성한 작품이다. 도계 출신인 김태수 시인의 “도계를 위하여”란 시를 작품에 넣어
감상할 수 있게 제작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비어있던 장소로 마을 주민들의 요청에 의하여 설치된 작품이다.

나에게 주세요(김민선) 이동 통행이 많은 도로변의 지저분한 연탄재 수거함과 재활용 의류, 침구 수거함을 광차와 터널의 형태로 제작한 작품이다. 주민들이 실제로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하도록 함과 동시에 광차에 가득한 석탄의 이미지를 조형적으로 재구성하여 설치하였다.

다 함께 가꾸는, 다 같이 즐기는

다섯 번째 작품 <나에게 주세요>는 주민들이 실제 사용하는 재활용수거함이자 연탄재수거함으로, 마을미술이 주민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구공탄마을을 상징하는 광차와 터널 형태로 제작했다. 꽃이 달린 주황빛 광차에, 광부 또는 광부의 아내로 살아온 옛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섯 번째 작품 <책 읽는 쉼터-休>는 쉼터 겸 버스정류장이다. 실제 버스정류장으로 활용 되지만 버스가 서는 곳임을 알려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책도 읽고 버스도 기다리는 이곳만의 버스정류장을 설치했다. 책꽂이와 책이 펼쳐진 형상으로 되어있는 이 작품엔 도계 출신 김태수 시인의 시 <도계를 위하여>가 있다. 벤치 밑 투명함에 주민들이 기증한 책이 들어 있다. 도로변에 자리한 앞의 작품들과 달리, 일곱 번째 작품 <추억 속으로>는 공원 안에 있다. 도계4리엔 천연기념물 제95호인 긴잎느티나무가 있다. 그 나무가 서 있는 느티나무공원은 삼척시어린이백일장을 비롯해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 상징적인 공간에 ‘학교 가는 길’을 상징하는 작품이 들어선 것이다. 작품 내부엔 두 개의 그네가 있다. 마주 앉아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그네를 타고 먼 곳까지 날아갈 수도 있다.
도계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수민(12세), 최세경(11세), 김수연(12세) 어린이가 때마침 이곳에서 논다. 천오백 살 느티나무와 십대 소녀들의 교감이 눈부시다. 마지막 작품인 <시가 흐르는 담장–우리들의 이야기>는 어느 한 작가의 것이 아니다. 다섯 학교 학생들과 강원대학교 재학생, 지역주민, 시인, 마을 미술 작가 5명이다 함께 만든 작품이다. 도계전산정보고등학교와 도계여중 담장에 새겨진 34편의 시와 그림들. 백일장에서 수상한 초등학생의 시부터 마을주민이 가슴으로 쓴 시, 문인의 솜씨임에 틀림없는 서정시까지, 저마다의 이야기가 행인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제 이 마을에서 잿빛 이미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예술이란 이름의 무지갯빛이, 봄날의 햇볕처럼 쏟아지고 있다.


시를 느끼는 쉼터-休(정해선) 김소월의 시 금잔디를 원고지와 연필, 느낌표로 구성한 작품으로 전체적인 형상은 시를 쓰고 느끼는 감정을 구체화하여 표현하였다. 옆면 투명창에는
친근한 시 금잔디가 적혀있어 길을 걷다 시를 감상하며 잠시 쉬어가는 동네의 쉼터로 설치되었다.

ART Project_ 마을미술프로젝트
구공탄마을-학교 가는 길
도계읍 도계4리 도계느티로 주변 유휴 공간과 보행 구간에, 보행자 쉼터를 비롯한 편의시설 및 학생들의 등·하교 길 문화 휴게시설로써 총 7개의 미술조형물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