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역시
도루묵
- ILLUSTRATION 레모
겨울철에만 맛볼 수 있는 동해안의 별미 도루묵은 치어기 때 깊은 바다로
이동했다 산란기가 되면 동해 연안을 찾는다.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이 특징인 도루묵은 구워 먹어도 좋고 탕이나 조림으로
먹어도 일품이다. 그 중 최고는 연탄불 위에서 굵은 소금을 쳐가며 굽는 것으로,
입 안 가득 톡톡 터지는 알과 함께 고소함이 배가 된다.
도루묵은 이름도 특이하다. 보통 생선은 물고기 ‘어(魚)’가 붙거나 참치,
갈치, 삼치처럼 비늘이 없는 생선엔 ‘치’가 붙기 마련인데,
도루묵은 그 이름 어디에서도 생선임을 유추할 수 있는 글자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루묵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도루묵’이라는 이름에는 몇 가지 어원설과 견해가 있다.
그중 하나는 임진왜란 때 피란가던 조선 선조(1152~1608)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 당시 피난길에 오른 선조에게 올릴 것이 마땅치 않자 아랫사람들은
그나마 비린내가 덜 나는 생선을 요리해 올렸다.
피란하던 왕이 이를 아주 맛있게 먹고 난 후, 생선의 이름이 무엇이냐 묻자
유난히 튀어나온 눈 때문에 ‘목(目)’이라 했다.
왕은 이렇게 맛있는 생선의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물고기의 은빛을 보고는 ‘은어’라 지었다.
피란을 끝내고 환궁한 후 수라상에 당시 맛있게 먹었던 ‘은어’가 올랐지만
왕은 이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결국 왕은 수라상을 물리면서 “도로 ‘목’이라 하라”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목어는 은어가 되었다 다시를 뜻하는 ‘도로’가 붙어 ‘도로목’이 되었다.
이것이 후대로 오면서 ‘도루묵’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애쓰던 일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은 바로 여기서 유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