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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돌박이쌈 속에
    담은 초심,
    그리고 희망의 맛

    • WRITE 이지연
    • PHOTO 아자 스튜디오
  • 생선찜, 돌솥밥 등의 메뉴를 선보였던 삼척 ‘별미식당’이 생선에서 육류로 과감히 메뉴를 바꾸고 지난 10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정·태·영·삼 맛캐다! 프로젝트 10호점 ‘별미구이쌈’ 식당에는 지글지글 차돌박이 굽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
정·태·영·삼 맛캐다! 프로젝트 10호점 삼척 별미구이쌈
가족의 생계를 위해 덤벼든 일

별미구이쌈 사장 권유경 씨는 ‘정·태·영·삼 맛캐다!’ 10호점 발표 날을 잊지 못한다. 이제나저제나 전화가 올까 싶어 그날만큼은 화장실에 갈 때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놨을 즈음 최종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간절히 원했던 일이었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감자, 옥수수 등을 재배하며 농사꾼으로 살아왔던 권유경 씨가 식당일에 뛰어든 건 약 15년 전 큰아이 중학생 시절이었다. 연년생 자녀를 둔 그녀는 수확철 빼고는 현금이 돌지 않는 농촌의 현실 때문에 막막할 때가 많았다. 작은아이 백일 무렵부터 건강이 악화된 남편을 대신해 가장 아닌 가장 노릇을 하느라 억척이 몸에 배었던 그녀는 농사보다는 낫겠다 싶어 무턱대고 식당일에 뛰어들었다. “아시는 분이 식당 하나를 더 냈는데 운영하기 버겁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는 ‘내가 한 번 해보겠다’고 덤벼들었어요.” 식당운영 경험이 전무했던 권유경 씨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별미식당’을 열고 생선찜 장사를 시작했다. 중간에 돌솥밥 장사로 업종을 변경했지만 2년을 넘지 못했다. 돌솥의 무게 때문에 팔목에 무리가 왔기 때문이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다시 생선찜 장사를 시작했지만 열정도, 소득도 예전만 못했다. “10년 넘게 생선찜 장사를 하다보니까 생선 손질하고 만지는 게 어느 순간 싫어지더라고요. 마음이 떠나니 장사가 될 리가 없죠. 겨우 가게세 내고, 생활하는 정도였습니다.” ‘접더라도 마지막으로 고기 장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삼척요식업협회에서 ‘정·태·영·삼 맛캐다!’를 알리는 단체문자가 왔다. 권유경 씨는 “이거다” 싶었다.

메뉴 변경, 새로운 시작

‘발을 떼지 않으면 작은 도랑도 건널 수 없다’는 말처럼 권유경 씨는 강원랜드 희망재단을 만나 다시금 삶의 활기를 얻었다. 그녀는 재단에서 지원하는 음식교육과 서비스교육 등을 받으며 그간 몸에 배었던 잘못된 방식을 하나씩 바꿔 나갔다. 주인의 허락을 받아 진행된 식당 리모델링 공사는 그녀가 교육을 받으러 간 사이 이뤄졌다. 방이었던 내부를 수리해 8개의 테이블을 놓았고, 주방의 방향도 안쪽으로 옮겨 안정감을 주었다. 무엇보다 메뉴의 변화가 가장 컸다. 고심 끝에 권유경씨가 원했던 ‘고기’를 주메뉴로 한 ‘별미구이쌈’의 특화메뉴가 결정됐다. 차돌박이쌈, 대패삼겹쌈, 차돌우삼겹쌈 이 3가지 쌈에 매콤한 특제소스로 만든 막국수, 메밀국수를 얹어먹는 게 별미구이쌈의 특징이다. 재 오픈한 지 이제 두 달 남짓, 이 특제소스 때문에 식당을 찾는 단골손님들이 많아졌다고 권유경 씨가 으쓱해했다. 그녀는 “소스 비법을 알려달라는 분도 있었다”며 한껏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제 일처럼 힘써주시는 희망재단 재능기부팀을 만난 것이 제게는 큰 행운이었어요. 고기장사는 처음이라 갈피를 잡기 어려웠는데 메뉴도 콘셉트를 살려 축약시켜 주시고, 벤치마킹을 위해 서울까지 동행하면서 제 시야를 넓혀주셨거든요. 무엇보다 여러 가지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주시고, 우리 집만의 특제소스를 개발해주신 박치웅 셰프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태·영·삼 맛캐다
강원랜드 희망재단은 지역 영세식당의 자생력을 높이고 마을 상권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지역상생 프로젝트 ‘정·태·영·삼 맛캐다!’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심과 맛 모두를 지키는 것

권유경 씨는 요즘 식당에 나오는 일이 즐겁다. 식당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성껏 재료를 손질해 손님 맞을 준비를 착착 해놓을 때부터 신바람이 난다고 한다. 손님이 들고 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는 것도 이제는 습관이 됐다. 이게 다 희망재단의 교육 덕분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수많은 변화들 가운데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많이 변한 것 같다고 고백한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말을 마음에 새깁니다. 내가 조금 잘한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흐트러짐이 생기면 손님은 금방 알아채거든요. 소스도, 재료도, 양도 배운 그대로, 처음 그대로 잘 유지해 나갈겁니다.” 권유경 씨는 별미구이쌈 식당에 오시는 한 분 한 분이 맛있게 먹고 돌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다음에 오실 때 ‘이 집 맛있다’며 다른 손님을 모셔오는 식당이 될 수 있도록 초심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했다. 홀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힘든 시간을 지나, 강원랜드 희망재단을 통해 ‘할 수 있다’는 희망과 만났다는 권유경 씨.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바람이 담긴 만큼 오고 또 오고 싶은 별미구이쌈이 될 수 있도록 그녀는 오늘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