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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을 통해
    봄의 안부를 묻다

    • WRITE 왕보영
    • PHOTO 로미지안 가든, 태백시청, 삼척시청, 영월군청, 한국관광공사
  •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췄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계절은 흘러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거리엔 세상의 모든 색으로 꽃이 피어났다. 볕을 담고 바람에 흔들리며 온 힘을 다해 틔운 꽃이기에 어느 것 하나 어여쁘지 않은 것이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할 봄의 풍경을 지면으로 소개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즘입니다. 올해 만발한 꽃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피어나니 아쉬워하지 말 것. 내년 봄, 우리가 함께 할 더 건강한 봄과 꽃을 소개합니다.

1 정선 로미지안 가든
자연에 녹아든
치유와 성찰의 숲

프랑스 화가 모네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수련 정원을 만든 것처럼 정선 가리왕산 중봉에는 천식으로 건강이 염려된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지은 정원이 있다. 정원의 이름은 연애 시절부터 아내를 부르던 애칭 ‘로미’와 남편의 호 ‘지안’을 합해 ‘로미지안’이라 지었다.
부부는 정선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7년여 간 매일 새벽, 장화를 신고 이슬 맺힌 산길을 걸으며 정원을 손수 가꿨는데, 그 규모만 약 10만 평에 달한다. 차를 세우고 10분 남짓 올랐을 뿐인데 어느새 하늘 가까운 울창한 숲 속이다. 화려한 볼거리로 시선을 빼앗는 수목원이 되지 않기 위해 본래 모습을 최대한 살리고, 인간의 흔적은 최소화하여 가리왕산의 장엄한 풍광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로미지안 가든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생애의 탑이다. 500~600년 수령의 거대한 캐나다산 삼나무로 만들어진 세 개의 탑은 생애 주기를 뜻하는데, 탄생(초록), 청춘(빨강), 완생(검정)을 의미한다. 탑을 바라보며 나의 삶은 어디쯤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치유와 성찰’의 숲 로미지안의 산책이 시작된다.
수백 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금강송이 몰려있는 곳엔 삼림욕장을 만들고 바람이 잘 들어오는 곳에는 풍욕장이 있다. 1억 5천만 년 전 지질 활동으로 융기한 석회암이 있는 곳에는 천공의 아우라라고 이름을 붙였다. 또 개구리가 유독 많은 곳에는 웰컴 개구리 상을 만들었다.
이처럼 모든 테마엔 어느 것 하나 자연의 것이 아닌 게 없다. 여기에 ‘언제나 사랑을 주는 꽃’이라는 꽃말을 가진 베고니아를 사시사철 볼 수 있는 하우스가 있는데, 특히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대형 베고니아를 만나볼 수도 있다.

INFORMATION
주소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 산 115번지
전화 033-562-3382
홈페이지 www.romyziangarden.com/
2 태백산 철쭉
봄과 여름사이
한반도 마지막 철쭉의
대향연

계절마다 제 옷을 갈아입는 산이지만 그중에서도 태백산의 패션은 남다르다. 봄이면 철쭉이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여름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신록이, 가을엔 울긋불긋 물든 찬란한 단풍이, 겨울엔 더없이 하얀 설경과 눈꽃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어느 계절 하나 태백산의 풍경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봄의 태백산은 비단을 깔아놓은 듯 다양한 꽃으로 화사해진다. 그중 태백산에 피는 철쭉은 한반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피어나는 철쭉이다. 태백산은 같은 위도의 산들보다 평균 기온이 4~5도 낮아 5월 말이나 6월 초쯤 되어야 꽃망울을 터뜨리며 산중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 철쭉의 옛 이름은 척촉(躑躅)으로, 두 글자 모두 ‘머뭇거리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꽃이 아름다워 나그네의 발길을 머뭇거리게 한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어린 양이 꽃을 따 먹으면 독성으로 죽는다 하여 철쭉만 봐도 가까이 가지 않고 머뭇거린다는 데서 유래했다.
유일사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정상 부근에 주목과 철쭉군락이 어우러져 있는데, 검은 주목과 발그레한 연분홍빛 철쭉이 대비되어 더욱 도드라진다. 대부분의 등산코스가 2~3시간 남짓으로 암벽이 적고 능선이 가파르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천제단을 거쳐 하산 할 수 있어 가족 산행지로도 좋다.
또 봄이면 철쭉뿐만 아니라 한국 특산종인 노랑무늬붓꽃과 모데미풀 등을 볼 수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INFORMATION
주소 강원도 태백시 태백산로 4778
전화 033-550-0000
홈페이지 http://www.knps.or.kr
3 영월 청령포와
강변 저류지 수변공원
습지가 피어낸
가장 오래 된
봄의 선물

영월은 예부터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산간 오지 마을로 꼽혀왔으나, 조선의 6대 왕 단종의 유배지가 되면서부터 한과 슬픔이 어린 역사의 현장이 되었다. 상왕에서 노산군으로 강봉 당한 뒤 청령포에 유배되었다가 관풍헌에서 사약을 받고 장릉에 묻히기까지 영월 곳곳에는 단종의 흔적이 남아있다.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고,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섬과 같이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이곳으로 들어가려면 작은 나룻배를 타고 3분 남짓 가야 한다. 내리자마자 사시사철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고 봄볕에 고개를 내민 색색의 봄꽃들이 반짝인다.
단종의 발걸음을 따라 청령포를 둘러봤다면 바로 앞에 조성된 생태·문화 관광지인 강변 저류지를 꼭 둘러볼 것. 청령포, 장릉과 연계하여 왕의 정원으로 조성한 영월 강변 저류지 수변공원은 크게 물빛 머금은 향기길, 웃음짓는 향기길, 바람스친 향기길로 나뉜다. 청령포가 내려다 보이는 홍보관, 다양한 테마의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는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다니기에 더없이 좋으며, 곳곳엔 물빛 나루터, 수차 체험, 느티나무 언덕, 물빛폭포, 푸르뫼습지, 출렁다리 등의 볼거리와 체험공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특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저류지는 수련과 연꽃으로 가득해 더없이 화려하다. 수련과 연꽃은 같은 듯 다르다. 물속에 뿌리내린다는 것이 같지만 연꽃은 잎사귀나 꽃송이가 물 표면에서 적어도 60cm 이상 솟아오르고 수련은 잎이 물 표면에 동동 떠 있으며, 꽃송이도 대개 물에서 가까이 피어난다. 특히 연꽃보다 먼저 개화하는 것이 수련인데, 약 1억 5천만 년 전에도 이 땅에 꽃을 피웠을 정도로 오래된 식물이면서도 화려한 꽃을 피워내 모네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잔잔한 물 위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피기 시작한 꽃잎은 저녁때가 되면서 모두 오므라들어 잠자기 시작하므로 ‘잠자는 연꽃’이란 뜻을 지닌 ‘수련(睡蓮)’을 보기 위해서는 오전에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INFORMATION
주소 청령포 _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산67-1 /수변공원 _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 97
전화 청령포_033-372-1240
4 삼척 장미공원
곳곳에
로맨스가 피었다

계절의 여왕 5월, 그 여왕의 자태를 뽐내는 것은 다름 아닌 장미다. 사랑 고백을 할 때 장미 100송이를 건네고 성년의 날 장미 꽃다발을 건네듯 장미꽃이 로맨스와 사랑,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불린 건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불어로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장미창’은 가장 귀한 보물로 꼽히며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로 당대 패션을 이끈 앙투아네트를 가리켜 ‘베르사유의 장미’라 했을 정도다.
삼척 장미공원에 피어나는 장미나무는 약 13만 그루, 조성면적 8만 4,000여㎡로 축구장 10개를 모아놓은 크기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단연 최대 규모로, 국내 유명 장미 축제인 서울장미축제와 서울대공원 장미축제를 비롯,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독일 장거 하우젠 유로파 장미정원보다 약 3배나 크다.
오십천 하류를 따라 길게 늘어선 장미공원에 소담하게 피어난 22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장미는 저마다의 향기와 모습으로 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로즈가든, 장미 터널, 산책로, 바닥분수 등 만발한 장미꽃을 배경으로 서 있으면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이 연출되어 사진을 찍는 내내 ‘인생샷’이 연출된다. 화사한 모습으로 피어난 장미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는 것 자체로도 힐링이 되는 곳, 곳곳에 피어난 로맨스를 만끽하고 싶다면 삼척 장미공원이 정답이다.

INFORMATION
주소 강원 삼척시 정상동 232
전화 033-570-4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