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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월의 꽃으로
    행복의 숲을 가꾸다

    • WRITE 박미경
    • PHOTO 남윤중
  • 그들에겐 그들만의 아름다운 길이 있다. 꽃차를 정성껏 만드는 손길, 이웃을 따뜻이 바라보는 눈길, 서로에게 깊숙이 가닿는 마음길이 그것이다. 화이통협동조합은 온통 ‘영월’이 주인공인 사회적 기업이다. 영월 ‘할매’들이 손수 재배한 꽃으로 차를 만들어 꽃차 판매와 꽃차 체험사업을 하고, 영월 내 이웃들을 위해 ‘작지만 큰’ 기여를 하는 영월 주민들의 협동조합. 함께 내온 꿈길이, 어느덧 꽃길이 되어있다.
꽃이 꽃을 부른다. 오순도순 이야기꽃, 도란도란 웃음꽃. 영롱하고 향기로운 꽃차와 같이하니,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통의 꽃이 핀다. 오감의 꽃도 단번에 핀다. 풀 죽어있던 눈과 코와 입과 귀가 거짓말처럼 한꺼번에 되살아난다. 꽃과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 화이통협동조합이 꿈꾸는 곳이다. 이제 겨우 몇 모금을 마셨을 뿐인데, 여기가 바로 그곳이다.
화이통협동조합
꽃차에서 한약재 향기가 나요.

양승우 이사 _지금 드신 차는 한방 사물탕(당귀, 천궁, 작약, 숙지황)에 목련꽃을 넣은 블렌딩 꽃차예요. 젊음을 되찾으시라고 ‘청춘으로 가는 차’라 이름 붙였어요. ‘언제나 청춘차’는 한방 사군자탕(홍삼, 백출, 백복령, 감초)에 메리골드를 블렌딩한 차이고, ‘생각나茶’는 한방 총명탕과 맨드라미를 섞어 만든 차예요. 그밖에 자색옥수수와 맨드라미를 조합한 ‘꽃피우茶, 맨드라미와 로즈마리를 섞은 ‘열정차’가 화이통협동조합만의 블렌딩 꽃차예요.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야심 차게 준비했어요. 이은모 팀장 _ 순수 꽃차는 우리 안에 전문가가 있어요. 양승우 대표님과 박미현 이사님을 비롯해 조합원들 모두가 꽃차 지도 강사거든요. 로즈마리로 만든 ‘향을 담茶’, 목련꽃으로 만든 ‘하얀 추억차’, 메리골드로 만든 ‘밝음차’ 등 다양한 꽃차를 만들고 있어요.

차 이름 하나하나가 기발해요. 모든 차를 아우르는 이름이 있나요?

이은모 팀장 _ 브랜드명이 ‘할매화첩’이에요. 영월 할머니들이 손수 재배한 한 잎 한 잎의 꽃이 한 첩 한 첩의 꽃차로 탄생하거든요. 할머니들의 정이 우리 꽃차에 가득 담겨있어요.

어떤 꽃을 재배하죠?

양승우 대표 _ 메리골드, 목련, 맨드라미, 로즈마리, 레몬밤 등이에요. 장미, 한련화, 베고니아, 금잔화 등을 새로 재배할 계획이고요. 영월은 해발 180m부터 해발 1,400m까지 고도 편차가 커요. 그건 일교차가 크다는 것을 뜻해요. 일교차가 크다는 건 꽃의 색과 향이 깊다는 걸 의미하고요. 당귀도 영월에서 재배한 참당귀를 써요. 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큽니다.

꽃 재배를 시작한 후 ‘할매’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양승우 대표 _ 지난해 열세 분의 할머니가 꽃 재배에 참여하셨어요. 1년 수익금이 한 분당 150만 원 정도일 거예요. 큰돈은 아니지만, 할머니들의 얼굴이 보람으로 환해지는 걸 봤어요. 돈보다 꽃 가꾸는 일 자체를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마을 경관도 예뻐지고, 할머니들도 즐거워하셔서 참 기뻐요.

꽃 재배와 꽃차 판매 외에 또 어떤 활동들을 하죠?

이은모 팀장 _ 우선 영월도서관에서 1년에 두 번 꽃차 교육을 해요. 군내 마을이나 학교는 물론 도내 소그룹에서 불러도 언제든 달려가고요. 이 공간에선 꽃차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한 번에 40명까지 참여할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환영합니다. 자기만의 꽃차를 블렌딩해 이름을 짓고, 꽃차와 곁들일 꽃송편도 함께 만들어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중부내륙 힐링여행 프로그램에 화이통협동조합의 꽃차 체험이 들어갔는데, 아주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각종 행사에 꽃차와 다식 등을 배달하는 ‘찻자리 케이터링’ 사업도 하고 있어요. 푸드트럭 케이터링도 곧 시작해요. 꽃차의 행복을 어디든 배달합니다.

꽃차 체험사업을 해오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들이 있을 텐데요.

박미현 이사 _ 하이원 베이커리(강원랜드희망재단이 도박중독회복인의 직업자활과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곳)에서 꽃차를 교육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말 그대로 치유가 필요한 분들인데, 꽃차 덕분에 매일매일 치유받는 기분이라고 말씀하셔서 뭉클했어요.

화이통협동조합 양승우 대표와 이은모 팀장 (왼쪽부터) 화이통협동조합 전미정 과장, 양승우 대표, 박미현 이사, 이은모 팀장, 최영진 팀장
협동조합 설립과정이 궁금해요

양승우 대표 _ 2015년 4월 꽃을 좋아하는 영월 사람들이 모여 꽃차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때 모신 선생님이 박미현 이사님이에요. 두 달 뒤 군에서 지역 내 박물관들을 활용해 주민 일자리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어요. 우리도 참여하고 싶어 호안다구박물관의 차 관련 프로그램과 기존의 꽃차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협동조합 설립이 용이했던 건 2015년 11월 강원랜드희망재단의 지원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종잣돈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2016년 1월 협동조합 설립 인가가 났고, 2018년 5월 예비 사회적 기업을 거쳐 2019년 9월 정식 사회적 기업이 됐어요.

함께 일하는 모습이 아주 화목해 보여요.

이은모 팀장 _ 제가 여기 들어온 게 ‘그것’ 때문이에요. 기업에서 해외영업을 하다 2년 전 영월로 귀촌했거든요. 어느 날 원주 MBC 다큐멘터리에 화이통협동조합이 소개된 걸 봤어요. 대표님 댁에 모여 우쿨렐레도 치고 다들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나도 저기서 일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3개월 뒤 마케팅 담당자를 뽑는 공고가 뜬 거예요. 지난해 7월 1일부터 운명처럼 여기서 일하고 있죠. 막상 와보니 TV에서 본 것과 똑같아요. 대표님의 따뜻한 리더십에 자주 감동해요.

대표님은 전에 무슨 일을 하셨나요?

양승우 대표 _ 우체국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임했어요. 제 리더십이 뛰어난 게 아니라 제가 운이 좋은 거예요. 박미현 이사님은 ‘잘나가는’ 꽃차 강사인데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고, 이은모 팀장님 역시 마케팅 전문가인데 우리에게 스스로 와줬어요. 전미정 과장님은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인 데다 집이 좀 먼 데도 초창기부터 협동조합을 지탱해주고 있고요. 상동읍장을 지낸 최영진 팀장님은 강원랜드 희망재단과 화이통협동조합이 함께하는 노인일자리사업(꽃 가꾸기)을 선뜻 맡아주셨어요. 정말 든든해요.

어떤 기업으로 남고 싶으신가요?

양승우 대표 _ 화이통협동조합은 이익창출보다 사회공헌이 우선이에요. 어르신들에게 꽃 재배도 부탁하고, 학생들을 위해 작게나마 장학금을 기탁하는 건 그래서예요. 여성인력 채용과 여성 친화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영월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여성친화 일촌기업 협약도 체결했어요. 지난 3월엔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의료원과 보건소에 1500세트의 꽃차를 전달했습니다. 국민의 면역력 증진을 기원하며 꽃차 가격을 50% 할인해 판매하기도 했고요. 언제나 지금처럼,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으로 남고 싶어요.

‘언제나 지금처럼’은 이 순간이 만족스러운 사람들만 사용하는 문장이다. 무지갯빛 찻잔 속으로 황금빛 행복이 반짝거린다. 그걸 몇 잔 마셨더니, 덩달아 자꾸만 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