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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터스포츠,
    모바일의 날개로
    비상하다
    WATER SPORTS

    • WRITE 박미경
    • PHOTO 아자 스튜디오
  • 몸은 빌딩숲에 있어도 마음은 바닷속에 있다. 눈부신 해저에서 ‘안전하고 재미있는’ 스포츠를 마음껏 즐기도록 돕는 일. 이곳 직원들의 안테나는 늘 거기로 뻗어있다. (주)아티스앤오션은 워터스포츠에 모바일 솔루션을 제공하는 청년창업기업이다. 지난 5월 강원랜드, 한국광해관리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진행하는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에서 지원 대상 1등 기업으로 선정됐다. 꿈에 날개가 생겼다. 이제 비상만 하면 된다.
(주)아티스앤오션
김정일 대표
다이브컴퓨터가 된 스마트폰

좋아하는 만큼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는 만큼 개발하게 된다. 무언가를 오래 깊이 좋아하는 것. ‘없던 것’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대입 수능시험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떠난 팔라우 여행에서 김정일 대표는 바닷빛의 아름다움에 흠뻑 매료됐다. 스노클링만으로도 이리 눈부신데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다. 고교친구와 제주도로 날아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들고 돌아왔다. 대학에 입학해선 스쿠버다이빙 동아리에 가입했다. 워터스포츠의 매력에 풍덩 빠져들었다.
“스쿠버다이빙은 안전이 생명이라 다이브컴퓨터가 꼭 필요해요. 근데 그게 너무 비싸거든요. 꼭 컴퓨터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스마트폰도 일종의 컴퓨터인데 그것으로도 수심과 수온, 잠수 가능시간, 상승과 하강 속도, 체내 질소량 등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휴학중이던 2012년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을 발전시켜보고 싶어, 2013년 2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 3기로 입교했죠.”
석 달 뒤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지난한 개발과정에 들어갔다. 예상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섣불리 실망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고, 그 과정의 어려움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스마트폰 방수하우징과 다이브컴퓨터 일체형 ‘다이브로이드’를 출시했다. 2018년엔 스마트폰 하우징과 분리해 스마트폰 다이브로이드 앱과 연결해서 쓸 수 있는 ‘다이브로이드 미니’를 출시했다. 블루투스를 사용하는 까닭에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타사의 하우징을 사용해도 호환이 가능하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편리한 방향으로 ‘다이브로이드’ 브랜드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다이브로이드 미니 출시 때 국내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해 단 3분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어요. 작년 12월엔 미국의 대표 크라우드펀딩인 킥스타터와 인디고고에 참여해 목표액의 8,500%(8억 5천만 원)를 달성했고요. 과도한 성과들에 그저 고마운 마음이에요.”

폐광지역 청년들과 함께 성장하는 꿈

고마움의 정점은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에서 찍었다. 강원랜드가 지난 5월 20일 정선 하이원 팰리스호텔에서 개최한 결선대회에서, (주)아티스앤오션은 지원 대상 1등 기업으로 당당히 선정됐다. 쟁쟁한 기업들이 무려 125개 사(社)나 참여하고, 그 중 10개 사(社)가 최종 결선을 치른 대형 프로젝트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그 기쁨이 훨씬 더 컸다.
“프로젝트 참가대상이 제가 졸업한 청년창업사관학교(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출신 기업이에요. 아이디어가 뛰어난 기업들이 워낙 많아서, 우리가 1등으로 선정됐다는 게 아직도 얼떨떨해요.”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는 기업 당 최대 10억 원의 이전지원금과 함께 정책자금 투·융자연계, 지자체 세제 혜택, 물류비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1년 이내에 본사, 공장, 연구소 등을 강원 남부 폐광지역으로 이전해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그 목표다. (주)아티스앤오션은 태백으로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마음에 드는 부지를 봐둔 상태다. 동해바다가 멀지 않은 그곳에서 워터스포츠의 신세계를 차근차근 열어갈 생각이다.
“태백 기계공업고등학교와 정선 정보공업고등학교 등 지역 내 특성화고교의 졸업생들을 적극 채용할 예정이에요. 지금까진 우리의 힘으로 서는 것이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에요.”
(주)아티스앤오션은 김 대표를 포함해 총 8명의 직원이 일한다. 모두 숙련된 스쿠버다이버다. 관련 사업을 했던 이도 있고 관련 장비를 만들었던 사람도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처음 접한 사람은 입사 후 그 매력에 빠지는 것이 ‘정해진 수순’. 취미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소통방식이 매우 수평적이다. 그 때 그 때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들으면서, 고칠 것은 고치고 배울 것은 배우며 일하고 있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체하면서 일상에선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필름에서 디지털로, 거기서 다시 스마트폰으로 카메라가 교체된 게 대표적이죠. 하지만 워터스포츠 분야는 유독 변화가 더뎌요. 물과 관련돼 있다 보니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일에 두세 발자국 정도 뒤쳐져있어요. 그 시간을 줄이는 게 우리의 일이에요. 지금까진 안전에 주력했다면, 앞으론 ‘재미’에도 힘을 쓸 생각이에요. 아름다운 바닷빛을 배경으로 재미난 사진을 촬영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타인과 나누고 싶은 마음. 새로운 다음을 눈앞에 두고, ‘처음’의 마음으로 그들은 다시 돌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