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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감으면 그립고,
    올 때마다 행복한 길

    송창영, 이혜성 부부

    • WRITE 이지연
    • PHOTO 안홍범
  • 요샛말로 하이원 단골고객 송창영 씨의 본캐(본 캐릭터)는 변호사, 부캐(부 캐릭터)는 트레커(Trekker)다.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의 ‘길’을 찾아 무념무상으로 걷고, 자연 그대로를 만끽하는 것이 그의 오랜 취미. 2017년 누군가 SNS에 하이원 하늘길에서 MTB 타는 사진을 올린 것을 보고 “걸어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7년 9월 3일 운탄고도를 낀 만항재부터 새비재까지 35km 정도 되는 길을 혼자 걸었다는 송창영 씨는 그 후 하늘길의 찐팬이 됐다. 휴가를 핑계삼아 부인 이혜성 씨와 손잡고 43번째 하늘길 트레킹에 오른 송창영 씨. 그의 머릿속에는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것처럼 하늘길 지도가 속속들이 그려져 있었다.
안전한 최고의 트레킹 코스

“지난 토요일에도 와서 걸었어요. 전국의 많은 길들을 걸어봤지만 하늘길은 시간 날 때마다 오고 싶은 곳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죠. 과거 석탄운반로로 조성한 운탄고도와 백운산 등산로들을 이어 만든 하늘길은 정비가 무척 잘 돼 있어서 아이나 어르신들이 걷기에도 무리가 없어요. 가족이 함께 걸어도 좋을 만큼 안전하고, 사계절 아름다운 길입니다.”
송창영 씨는 숨이 찰 정도로 오르막이 심한 구간이 거의 없어 가족이나 연인들이 대화 나누며 걷기 좋은 길이라고 하늘길을 예찬했다. 특히 팰리스호텔, 밸리콘도, 마운틴콘도에서 해발 1,340m 하이원탑까지 이어지는 곤돌라를 이용하면 하산 시 더욱 편안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는 팁도 전했다.
“남편이 워낙 하이원을 좋아해서 작년 추석 때 시댁 오남매 가족이 이곳에 왔어요. 그때 하늘길에 갈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날이 추워서 남자 형제들만 올라갔죠. 좀 아쉬웠는데 이번에 남편과 같이 오게 돼서 좋아요.”
남편이 하늘길에 갈 때마다 사진을 찍어 보내줘도 여기가 어딘지, 길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는 이혜성 씨는 비로소 오늘 남편과 손잡고 그 길에 섰다. 그녀 역시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평소에도 시간 맞추기가 여의치 않았던 두 사람이었다. 농담처럼 “100번째 하늘길 등반 때 같이 가겠다고 공수표를 날렸는데 더 일찍 오게 됐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가을엔 노랗게 물든 낙엽송에
햇빛이 비쳐 황금빛으로 변하는
풍경을 만나죠.
살짝 불어온 바람에 낙엽송이
우수수 떨어지고, 떨어진
낙엽송 잎이 길을 덮을 땐 폭신한
양탄자 위를 걷는 것 같아요.
눈 쌓인 설경도 기가 막힙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늘길 예찬

부인의 첫 동행에 길 안내자인 송창영 씨가 가장 신경쓴 건 코스였다. “걷는 걸 즐기는 자신과 달리 아내는 삼보일차(삼보 걷고 차에 탄다는 송창영 부부식 표현) 스타일”이라며 하이원탑에서 도롱이연못까지 이어지는 편도 1.5km의 짧은 코스로 안내했다. 그가 하늘길 트레킹을 할 때마다 일기장 삼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을 보고는 “다음에 갈 때 나도 데려가라”는 지인들의 요청이 쇄도하다 보니 트레킹 연령, 당일 날씨에 따라 적절한 코스를 짜는 일에 전문가가 됐다.
“사람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길이 험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하늘길은 곳곳에 안내표지판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아내에게 ‘길치’ 소리 듣는 저도 헤맨 적이 없어요(웃음). 또 걷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없어서 오롯이 걷기에만 집중할 수 있죠. 트레킹도 어느 정도 거리가 나와야 걸을 맛이 나는데 운탄고도를 비롯해 둘레길, 고원숲길, 무릉도원길 등 코스가 다양해 걷는 재미도 커요. 또 산그림자가 겹겹이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 흔치 않은데 하늘길이 그중 하나죠. 고도가 높아 일단 올라오면 시원하고요. 가을엔 노랗게 물든 낙엽송에 햇빛이 비쳐 황금빛으로 변하는 풍경을 만나죠. 살짝 불어온 바람에 낙엽송이 우수수 떨어지고, 떨어진 낙엽송 잎이 길을 덮을 땐 폭신한 양탄자 위를 걷는 것 같아요. 눈 쌓인 설경도 기가 막힙니다.”
걷는 내내 송창영 씨 입에서는 하늘길 예찬이 끊이지 않았다. 계절마다 다르게 피는 야생화와 나무들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간혹 노루, 고라니, 청설모, 토끼 같은 야생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곧게 뻗어 올라간 나무들이 미세먼지를 흡착해 청정한 공기를 듬뿍 마실 수 있다는 것, 해충이 별로 없어 쾌적한 환경 속에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등등 그는 하늘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이원탑에서 도롱이연못까지 내려가는 길, 부인 이혜성 씨도 “남편이 왜 주말마다 이곳에 왔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하이원의 청정한 자연 속에 있으니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라며 걷는 내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길 반복했다.

스토리가 있어 더 특별한 길

송창영 씨는 그간 많은 길을 걸었다. 봉우리를 찍는 등산을 하다 꼭대기가 아닌 흐르는 대로 걸어가는 트레킹에 빠져버렸다. 8박 9일간 민박을 하며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고, 매화가 필 때면 광양 섬진강 길을 걸었다. 구례 화엄사 길, 순천 선암사 길, 영남알프스 영축산을 넘어 양산 통도사까지. 걸을 때마다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9월이면 하늘길을 걸은지 꼬박 3년이 된다는 그는 목적지만 훑고 오는 ‘점(點)’을 찍는 여행에서 과정을 즐기는 ‘선(線)’의 여행을 알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하늘길의 자연이 눈에 들어 왔어요. 그 다음엔 길이 보였고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서 이 동네가 궁금해졌죠. 슈퍼에서, 식당에서, 택시에서 이곳 사람들을 만나며 동네의 변천사를 자연스럽게 듣게 됐어요.”
하늘길엔 스토리가 있어 더 좋다는 그는 지인들과 함께 올 때면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러가 된다. 운탄고도를 걷다 보면 해발고도 1,177m에 자리한 1177갱의 막장 입구가 나타난다. 민영탄광으로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개발한 최초의 갱도다. 이 갱이 개발되면서 화절령 주변으로 약 10개의 탄광이 생겨났다고 한다. 2015년 하이원에서 산림청의 협조를 얻어 유일하게 복원한 1177갱도 입구에는 그 시절 캄캄한 막장을 드나들며 가족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광부들을 형상화한 ‘김태형’이란 이름표를 단 동상 하나가 서 있다. 송창영 씨는 이곳을 지날 때면 삶의 애환이 느껴져 마음이 애잔해진다고 했다.
하이원탑에서 내리막길로 30~40분쯤 걸었을까. 비온 후라 물을 잔뜩 담고 있는 ‘도롱이연못’에 도착했다. 송창영 씨는 이혜성 씨 앞에서 다시 스토리텔러가 됐다.
“1970년대에 지반 침하로 탄광 갱도가 무너지면서 땅이 움푹 꺼져 생긴 연못이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겠지. 여기가 더 특별한 건 화절령 일대 탄광에서 목숨 걸고 일했던 남편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부인들의 간절한 기도가 담긴 곳이기 때문이야. 도룡뇽이 연못에 생존하는 한 더는 탄광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어 도룡뇽이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무사고를 기원했대.”
송창영 씨가 들려주는 도롱이연못 스토리 덕에 해발 1,000m 깊은 고원에서 만난 그저 아름답고 신비한 연못이 더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다. 머리 위로 비가 한두 방울 떨어졌지만 송창영 씨 부부는 한동안 도롱이연못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처음 계획엔 없었던 인근 아롱이연못까지 둘러보고 나서 부부는 다시 하이원탑을 향해 올랐다. 이혜성 씨는 “하늘길은 사진으로 본 것 보다 더 아름답고 의미있는 길이었다”며, “남편 덕에 이번 휴가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애정하는 하늘길을 아내에게 보여줄 수 있어 기뻤다”는 송창영 씨는 “다음엔 운탄고도를 함께 걷자”고 적극 프로포즈했다.
“사람들이 하이원 하면 카지노, 골프장, 스키장은 많이들 아는데 하늘길은 잘 모르는 것 같아 내심 알리고 싶었어요. 안전하고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잘 조성돼 있고, 사계절 언제 가도 좋으니 가족과 손잡고 하늘길을 꼭 걸어보셨으면 해요. 혼자도 좋고요.”

하늘길 찐팬,
송창영 씨가 추천하는 트레킹 코스&교통편
  • ① 추천코스1
  • 가족과 함께라면! 하늘길 포토스팟, 도롱이연못
  • 마운틴콘도에서 약 3.6km 도보로 올라가면 도롱이연못이 나타납니다. 같은 길로 내려오기 지루하다면 다시 1.5km 하이원탑까지 걸어올라가 스카이1340을 타고 내려오는 방법이 있죠. 가족끼리 오를 땐 하이원탑까지 곤돌라를 타고 가서 도롱이연못 방향으로 1.5km 내려오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 ② 추천코스2
  • 오래 걷고 싶다면! 스토리가 풍부한 운탄고도
  • 운탄고도는 하늘길의 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이원 팰리스호텔에서 하이원탑까지 스카이1340을 타면 높은 산등성이를 넘어 오기 때문에 스릴이 넘칩니다. 전망도 좋고요. 하이원탑에서 명상쉼터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갈림길에 운탄고도 안내판이 나옵니다. 만항재부터 도롱이연못까지 약 15km 정도의 정비가 잘 된 길이 이어져 있어 중간중간 쉬기에도 좋습니다. 하이원에서 복원한 1177갱 앞에서 김태형 씨 동상과 사진도 찍고, 그곳의 스토리도 읽어보세요.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아롱이연못, 도롱이연못도 꼭 구경하고요. 말없이 자연을 만끽하는 그 과정이 곧 힐링이니까요.
  • ■ 하이원까지 어떻게? 갈때는 버스, 올때는 기차로!
  • 저는 서울에서 출발할 때 동서울터미널을 이용합니다. ‘신고한터미널’까지 오는 버스가 거의 시간마다 1대씩 있거든요. 버스를 타면 약 2시간 30분 만에 터미널에 닿는데요. 종착지가 태백이기 때문에 중간에 내려야한다 점 잊지 마세요. 버스에서 한숨 자고 나면 하이원에 도착합니다. 터미널에서 하이원까지 택시로 약 5분 거리. 다시 서울로 올때는 기차를 추천해요. 태백선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오는 맛이 있습니다. 느릿느릿 천천히 가지만 그만큼 많은 풍경을 담을 수 있죠.
    갈 때 : 동서울터미널→신고한터미널(2시간 30분 소요)→
    택시(5분)→하이원 도착!
    올 때 : 태백선 무궁화호 사북역→청량리역 (3시간 4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