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 아!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

    • WRITE 정은주
    • PHOTO 한국관광공사, 영월군청, 삼척시청
  • 한결 부드러워진 햇살이 대지를 비춘다. 산자락에 피어오르는 근사한 물안개, 한여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원색의 단풍,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하늘…. 까칠한 몸통의 나무둥치는 어째 더 듬직해진 것 같다.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아름다운, 강원의 가을이다.
1 정선 민둥산
파란 가을하늘 아래
은빛 억새 물결이 일렁일렁

가을 억새 군락지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민둥산. 민둥산이라는 이름은 정상에 나무 한 그루 없이 억새만 자라고 있어 붙여진 것이다. 바람이 선선해질 즈음이면 주능선 일원이 온통 은빛 억새로 뒤덮이는데, 워낙 무성하고 키가 커 길이 아닌 곳으로는 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다. 물론 억새만큼 사람도 많다.
정상은 광활하다. 평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발 1,118.8m. 이 장엄한 광경을 직접 보려면 산을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산행은 일반적으로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시작된다.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하지만 먼 길과, 가파른 대신 조금 더 가까운 길로 나뉜다. 두 길 모두 잘 정비되어 있어 어느 쪽으로 걸어도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으니 취향껏 택하면 될 일이다.
7부 능선까지 오르면 풍경이 순식간에 바뀐다. 파란 하늘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은빛 억새가 파도처럼 일렁이고, 탁 트인 시야 사이로 산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온다.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저물 무렵, 은빛이 황금빛으로 바뀌는 찰나도 강렬함으로 가슴에 남는다.
민둥산의 7부 능선 이후에 나무가 없는 건 과거 화전민들이 산에 불을 놓아 잡목을 태우고 밭을 일군 역사 때문이다. 1974년 이후 화전 경작이 금지되면서 생존력이 강한 억새가 자리 잡았다. 주로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까닭에 분화구처럼 움푹 꺼진 돌리네 지형도 민둥산의 볼거리 중 하나니 놓치지 말 것. 민둥산의 장관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가 가장 멋지다.

INFORMATION
주소 강원 정선군 남면 민둥산로 12
전화 1544-9053
홈페이지 www.jeongseon.go.kr/tour
2 태백 철암 단풍군락지
화려하고 웅장하게 핀
가을 낭만의 극치

온통 초록빛이던 자연이 색을 바꾸기 시작하면 비로소 가을이 왔구나 싶다. 타오르는 듯 붉은빛과 풍요로운 노란빛은 이 계절의 트레이드마크. 해마다 마주하는 단풍이건만 올해는 유난히 더 고와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 태백은 단풍이 가장 빨리 들기로도 유명하다. 태백의 동쪽에서 남북으로 흐르는 철암천 주변은 태백에서도 가을 소식이 이른 곳. 철암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철암 단풍군락지가 규모는 작아도 화려함과 웅장함으로는 제일이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웅장한 병풍바위 절벽을 뒤덮은 단풍을 만날 수 있는데, 경쟁하듯 피어난 모습이 강렬하다 못해 짜릿한 전율로 다가온다.
만약 단풍이 전부라면 감흥이 덜할지도 모른다.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투명한 1급수 철암천과 어우러진 모습은 그야말로 그림이다. 물고기가 노니는 물 위에 단풍이 거울처럼 비친다. 아기자기한 조각배 조형물과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 올리는 분수도 운치를 더한다. 이곳에서는 매년 철암단풍축제도 열리니 참고할 것. 2009년 마을 주민 주도로 소박하게 시작한 축제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타더니 최근 테마파크와 전망대가 설치되는 등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단풍만 보고 가기 아쉽다면 강 주변 숲길 산책에 나서보기를. 나무가 마치 터널을 이루듯 무성해 걷는 것만으로도 숨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INFORMATION
주소 강원 태백시 동태백로 584
전화 033-550-2828
홈페이지 http://tour.taebaek.go.kr
3 영월 봉래산
어느 쪽으로 보아도
감탄을 자아내는 절경

영월읍 북동쪽으로 봉래산이 우뚝 솟아 있다. 산 아래로는 어라연계곡을 거쳐 온 동강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고, 해발 800m 정상에는 별마로천문대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는 영월 8경 중 하나다. 지금처럼 하늘이 쾌청한 가을에는 별자리를 관측하기에도, 패러글라이딩 체험으로 하늘을 날아오르기에도 안성맞춤. 계절을 만끽할 방법이 풍성하다.
봉래산은 정상 부근까지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지만, 오르는 길이 꽤 운치 있어 걷는 것도 추천한다.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고, 중간중간 팔각정 정자나 벤치에서 쉬어갈 수도 있다. 걷는 동안 변함없는 초록빛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어디선가 싱그러운 향기가 나는 것도 같다.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한갓진 덕에 소음도 없다.
호젓한 산길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천문대와 활공장이 있는 터라 주변 나무가 제거된 정상은 시야가 뻥 뚫린다. 영월 시내가 훤하게 내려다보이고 소백산 주능선도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건물 하나 없어도 자연과 조화를 이룬 풍경이 자꾸만 시선을 붙잡는다. 조금 더 시원시원한 절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정상 활공장에서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는 것도 방법. 몇 걸음만 용기 내어 도약하면 하늘을 나는 짜릿함을 경험해볼 수 있다.

INFORMATION
주소 강원 영월읍 천문대길 397(별마로천문대)
전화 033-370-2426
홈페이지 www.yw.go.kr/tour
4 삼척 천은사
고즈넉한 산 속
천년 역사의 사찰

백두대간 자락 두타산에는 천년 세월을 곳곳에 새긴 천은사가 있다. 사찰의 모습을 갖춘 건 흥덕왕 4년(829년), 창건 역사는 경덕왕 17년(75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워낙 오래된 절이라 수령 200년이 넘은 느티나무며 쭉쭉 뻗은 전나무가 위풍당당하게 솟아 있다. 고목에 낀 이끼마저 예사롭지 않은 곳이다.
모든 계절마다 매력이 있지만, 천은사는 늦가을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입구까지 가는 길에는 낙엽이 카펫처럼 깔려있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파랗다 못해 시릴 정도다. 인적이 드문 터라 산사의 고즈넉함을 느끼기에도 최고. 수런수런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새소리가 음악처럼 배경으로 깔린다.
절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5층 석탑, 범종각 등이 보이고, 극락보전에는 목조 아미타 삼존불 좌상이 있다. 사람 크기의 불상 3구는 단정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나무를 조각해 짜 맞춘 것이다. 절 안쪽에는 삼성각이 자리한다. 이곳에 올라서면 산자락에 폭 안긴 듯한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천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궁금하다면 약사전을 찾으면 된다.
천은사 바로 아래에는 이승휴 선생 사당인 동안사도 있으니 함께 둘러보아도 좋겠다. 이승휴 선생은 두타산 아래에 별장을 짓고 인근 절에서 대장경을 빌려 10여 년을 공부, 한민족의 대서사시인 <제왕운기>를 펴냈다. 때문에 천은사 일대가 이승휴 선생의 유허지로 지정되어 있다.

INFORMATION
주소 강원 삼척시 미로면 동안로 816
전화 033-572-0221
홈페이지 www.samcheok.go.kr/t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