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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과 농장의
    경계를 허물다

    Permaculture
    퍼머컬처
    그리고

    Kitchen Garden
    키친가든

    • WRITE 편집실
    • PHOTO 애플체인
  •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영구적인을 의미하는 ‘permanent’와 농업을 의미하는 ‘agriculture’를 합해 만든 신조어다. 단어 그대로 해석하자면, 영구적인 농업을 뜻하며 어쩌면 앞으로 우리의 의식주를 바꿀지도 모르는 하나의 흐름이 될지도 모르겠다. 텃밭에서 농장까지 인공적인 것이 아닌 자연의 힘과 이해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향하는 퍼머컬처를 소개한다.
• 하이원 리조트는 친환경·친자원 캠페인의 일환으로 일회용품 사용 자제, 빗물재사용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이원 사외보 ‘그린 마인드’ 코너에서는 다양한 국내외 친환경·친자원 사례를 소개하고, 자연과 함께 지속가능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퍼머컬처의 원조국, 대한민국

놀랍게도 서양의 자연재배 방식인 퍼머컬처는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다. 지속가능한 농업(permanent agriculture)의 합성어인 퍼머컬처(permaculture), 이 용어는 20세기 초에 나온 동아시아 농법에 관한 책인 「4천년의 농부(Farmers of Forty Centuries: Organic Farming in China, Korea, and Japan)」에서 처음 쓰인 말이다. 저자인 프랭클린 히람 킹은 4천 년 동안이나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면서도 땅을 비옥하게 유지해온 그들의 지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만 모르고 있을 뿐, 한국인은 오래전부터 세계가 인정한 퍼머컬처인이었던 셈이다. 서양인이 발견한 동양적 가치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작 우리가 알지 못했던 조상들의 지혜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숲을 닮은 밭

오래된 숲은 사람이 농약을 뿌리거나 비료를 주지 않아도 봄이면 싹을 틔우기 시작해 울창하고 푸르게 자라난다. 심지어 빛이 잘 들지 않는 큰 나무 밑에서도 작은 식물들은 빽빽이 자리를 차지하고 자라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에서 시작한 많은 생태학자들의 의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숲도 처음엔 허허벌판이었을 것이다. 풀씨가 날아와 자라서 수풀을 이루고 사이사이에 작은 나무가 자리 잡으며 경쟁을 한다. 그러다 여러해살이인 나무가 해를 거듭하며 뿌리를 더 깊게 내리고 덩치를 키우니 한해살이풀들은 그늘 밑 신세로 전락하다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하지만 그늘 밑에서 잘 자라는 음지성 풀은 나무 밑에서도 잘 적응해 마침내 제 자리를 찾는다. 나무들 역시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빛을 좋아하는 키 작은 관목이 우세하다 빨리 자라는 나무에 밀려나고 마지막으로 천천히 자라지만 오래 사는 나무가 숲의 최종 승자가 되듯이 말이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며 마침내 숲이 안정된 상태에 도달하면 어떤 간섭도, 혹은 도움이 없이도 긴 시간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숲을 잘 관찰해보면 아홉 가지의 부류가 있다. 키 큰 교목, 중간 교목, 키 작은 관목, 수풀, 덩굴, 지피식물, 땅속식물, 수생식물, 심지어 버섯 같은 균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서로 방해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서로 자신의 생김새와 특징을 통해 해충 방제, 가뭄 방지, 질소 고정 등의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서로 돕고 상생한 셈이다.

숲을 이루는 9가지 식물군
(9Layers)별 구성 및 기능
9가지 식물군(9Layers)별 기능 1 2 4 5 6 7 9 질소 고정 & 완충식물: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독소를 완충(주변나무 보호) 1 2 3 7 과실수: 다양한 먹거리 3 4 5 허브: 해충을 쫓고 익충을 불러들임
다층구조로 구성된 9가지 식물군(Layers)
  • 1 Layer : 대교목류
  • 2 Layer : 소교목류
  • 3 Layer : 관목류
  • 4 Layer : 초본류
  • 5 Layer : 지피식물류
  • 6 Layer : 땅속식물
  • 7 Layer : 덩굴식물
  • 8 Layer : 수생/습지 식물
9 Layer : 균류/균사류(버섯류 등)
1 2 3 4 5 6 7 8 9
과실수와 채소, 허브와 꽃으로
꾸민 맛있는 정원, 키친가든

먹을거리로 활용할 수 있는 채소와 허브, 꽃과 열매 등으로 꾸민 정원인 키친가든 역시 숲과 다를 것 없다. 제초작업 등과 같은 간섭이 없어지려면 안정된 숲의 단계로 만들어야 하고 농약, 비료, 거름 등과 같은 도움이 없어지려면 숲속처럼 다양한 식물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고 서로 더불어 살도록 꾸며줘야 한다.
영국에서는 정원용 채소 씨앗의 판매가 이미 꽃 판매량을 넘어섰으며, 뜻 맞는 사람끼리 모여 친목을 도모하며 커뮤니티 단위로 키친가든을 운영하기도 한다. 순번을 정해 돌보고 함께 수확하며 때마다 파티도 즐긴다. 또한 소비자들이 믿고 수확 전에 미리 구매해주는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도 발달되어 있다. 이는 재배자가 철학과 소신을 갖고 농약이나 비료를 멀리한 채 건강하게 기를 수 있게 해준다. 키친가든의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면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먹거리가 사시사철 계속 나와 가족끼리는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팔기에는 애매한 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의 토트네스 사람들은 매주 금, 토요일이면 시청 앞 광장으로 남는 먹거리들을 들고나와 서로 없는 것들을 교환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유기농 채소를 사는 것에 이어 베란다 텃밭이나 주말농장 등을 통해 직접 채소를 기르고 수확하기 시작했다. 키친가든이 일반 정원과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는 정원에 공을 들이는 만큼 우리에게 상응하는 보답을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키친가든은 ‘먹을 수 있는 가든(Edible garden)’ 또는 ‘생산하는 가든(Productive garden)’이라고도 불린다.

Tip
같이 심으면 좋아요!
가지 + 땅콩 + 한련화(질소고정) + 메리골드 한련화와 땅콩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 시킨다. 이것이 가지의 영양원이 되어 주고, 한련화는 메리골드와 함께 특유의 향으로 해충을 쫓아내는 동시에 땅을 덮으며 뻗어 나가는 넓은 잎으로 잡초를 자라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가지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그늘은 더운 여름날 땅콩이 원하는 선선한 서식 환경을 만들어 준다.
토마토 + 바질 토마토와 바질은 함께심으면 충해를 막고 맛도 좋아져 동반식물의 표적인 예로 꼽는다. 토마토와 바질을 함께 키우기 위해서는 토마토 그루사이를 평소보다 넓은 65cm 정도 간격으로 하고 그 사이에 바질을 심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토마토를 먼저 심은 후 어느 정도 자란 후에 바질을 심는 것이다. 토마토는 수분이 많으면 열과가 생기는데, 이때 바질이 남아도는 수분을 흡수하여 열과를 줄이고 깊은 맛을 내게 된다. 또 바질은 토마토 사이에서 적당한 빛과 수분을 확보해 부드럽고 신선한 잎을 맺을 수 있다.
옥수수 세 자매를 아시나요?
식물의 다양성, 공생식물

좋은 관계가 모여 건강한 사회를 이루듯 식물들도 좋은 동반자를 얻으면 건강한 숲을 이룰 수 있다. 사회에 질서가 있다면 건강한 숲에는 군락이라는 집합체가 있다. 아주 오래전 멕시코 원주민들이 사용한 옥수수 세 자매 농법은 옥수수와 함께 콩, 호박을 같이 심는 것이다. 옥수수 줄기는 자라면서 콩이 타고 올라갈 지주대 역할을 해주고 콩 뿌리에 서식하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는 당분을 제공해준다. 호박은 넓은 잎으로 포복해가며 퍼지는데, 땅에 그늘을 만들어 수분의 증발을 막고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햇빛을 차단해주는 살아있는 토양 피복재가 된다. 옥수수와 호박은 열매가 크면서 많은 양분을 필요로 하는데, 이때 콩은 질소 고정이라는 작업을 한다. 공기 중에 78%나 있는 질소를 이용해 리조비움이라는 박테리아와 함께 식물성장에 가장 중요한 여러 양분을 땅속에 만들어 내는 것이다. 콩 뿌리를 캐내 보면 동글동글한 알맹이를 볼 수 있는데 이 덩어리가 질소 덩어리로 양질의 양분을 옥수수와 호박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 간 상생 원리를 알면 농사는 한결 쉬워진다. 사람이 때마다 해충 약을 뿌리고 밑거름과 웃거름을 넣어주고 잡초를 뽑아야 하는 수고를 저들끼리 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저 잘 자라고 있는지 관찰하고 다듬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쯤이면 노동이 아닌 우아한 가드닝이 따로 없다.

키친가든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기본원리, 에너지를 붙잡아 저장하라
물 저장 탱크, 스웨일(Swale)

퍼머컬처에서는 빗물이 표토의 양분을 용탈하지 않도록 하고 빗물을 저장하기 위해 스웨일(Swale)을 만든다. 비가 오면 물이 흘러 도랑에 고이고 비가 그치면 땅속으로 스며들어 건조할 때 땅속에 저장된 볼록렌즈 형태의 물탱크가 식물에게 수분을 공급해준다. 스웨일은 빗물이 흐르는 것을 막거나 속도를 느리게 해 급류에 의한 실도랑이 생기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은 평균 1,500mm를 내외로 특히 여름에 집중호우가 내리기 때문에 스웨일의 효과가 더욱 크다. 지표면에 바위가 많아 등고선을 따라 길게 스웨일을 만들지 못할 경우에는 길이가 짧은 스웨일을 서로 엇갈리게 해서 비늘 모양이 되게끔 한다.

양분 저장 탱크, 후글컬처(Hugelkultur)

스웨일을 만들 때 새로 쌓는 두둑 아래에는 주변에 버려진 통나무나 나뭇가지, 나뭇잎, 풀을 순서대로 바닥에 쌓고 흙을 덮으면 효과가 증대된다. 이것을 후글컬처(Hugelkultur)라고 한다. 그리고 두둑 위에 묘목을 심으면 완성되는데 어린 나무는 2~3년이 지나면 뿌리가 깊게 뻗어 두둑 속 통나무에 다다르게 된다. 이 기간동안 통나무는 땅속의 미생물과 벌레들의 먹이감이 되면서 부숙되어 나무의 좋은 영양분이 된다. 통나무가 부숙이 되는 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며 그다음은 나뭇가지, 나뭇잎, 풀의 순이다. 후글컬처의 식물들은 땅속 가까운 것부터 차근 차근 식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강원랜드 사내벤처
애플체인 키친가든
지속가능한 농법이자 생태 조경인 자연이라는 큰 틀에서 식물을 돌보고 대지를 디자인하는 퍼머컬처 전문 업체로,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울창한 숲에서 원리를 찾아 알아낸 식물 간 공생관계를 활용한다.
농약, 비료, 퇴비, 경운 등을 하지 않아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고 관리가 편하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보기에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자연에 가까운 자연재배 방식으로, 옥상이나 작은 앞마당, 학교, 카페 등에서 가능한 도시형 텃밭 가드닝은 물론 귀농귀촌 대상의 소규모 땅과 농장, 정원 등을 퍼머컬처 디자인으로 설계·조성하고 관련 교육과 컨설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