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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팜,
    농업의 미래를 열다
    (주)넥스트온

    • EDITOR 박미경
    • PHOTO 아자 스튜디오
  • 굳었던 생각들이 와장창 깨진다. 농작물은 흙과 태양이 있어야만 건강하게 자란다는 편견, 터널은 와인이나 젓갈 등의 ‘저장고’일 뿐이라는 선입견… (주)넥스트온은 ‘발상의 전환’으로 농업의 미래를 여는 스마트팜이다. 강원랜드, 한국광해관리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진행하는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를 통해 강원도의 폐광지역에 또 다른 사업장을 갖게 됐다. 광업에서 농업으로, 이 지역의 두 번째 전성기를 예고 중이다.
(주)넥스트온 이상민 부대표
버려진 터널의 이유 있는 변신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 같다. 터널 안을 휘감고 있는 보랏빛 광원 때문이다. 불빛은 신비롭고 농장은 풍요롭다. 무려 14단으로 이뤄진 수직 실내농장. 잘 자란 농작물들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움직이니, 미래의 어느 한때로 미리 와있는 것 같다. 이곳은 ‘구 옥천터널’이다. 2002년 경부고속도로가 폐쇄되면서 방치됐던 이곳이, 세계 최초 터널 기반의 ‘인도어 팜(Indoor Farm)’으로 거듭난 것이다. 버려진 공간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간다. 고정관념을 버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터널은 열을 흡수하되 외부로 잘 뺏기지 않고, 별도의 가열이나 냉각 없이 연평균 15℃를 유지해요. 와인이나 젓갈 등을 저장하는 데 주로 쓰이지만, 식물을 재배하기에도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죠.”
(주)넥스트온은 2017년 1월에 설립됐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농업인구 감소로 식량안보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최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이야말로 그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곳 농작물들은 태양광 대신 고효율 LED 광원을 받으며 자란다. 흙에 뿌리를 내리는 대신, 물과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공급받으며 성장한다. 인공광원과 수경재배라는 두 팔로 농업의 미래를 열어간다.

SMART FARM
최첨단 수경재배로 6無 신화를 쓰다

“흔히 식물은 흙과 태양이 있는 자연환경에서 자라야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직접 개발한 LED 광원은 광합성에 최적화된 파장을 만들어요. 때문에 재배작물의 성장과 기능성 성분 함유를 크게 증폭시켜요. 수경재배도 마찬가지예요. 오염이 축적되고 있는 토양보다, 영양성분을 적절히 배합한 물이 식물을 건강하게 재배하는 데 훨씬 더 유리합니다.”
(주)넥스트온의 작물들엔 여섯 가지가 없다. 농약, 제초제, GMO, 중금속, 해충, 미세먼지가 그것이다. 최첨단 IT기술과 친환경 수경재배로 무려 ‘6無’의 신화를 써 내려간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86종의 채소는 그날그날 수확해, 전국 주요 대형 리테일 매장과 샐러드 전문매장, 친환경 농산물 전문매장 등에 공급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딸기도 지난해 9월부터 양산 중이다. 일반 시설에선 120일 만에 딸기를 수확하지만, 이곳에선 45~50일이면 가능하다. 맛과 향과 당도가 압도적으로 우수한 딸기를 1년 내내 수확 중이다.
“병충해에 취약해 재배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작물이 딸기예요. 대량생산에 성공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최재빈 대표와 이상민 부대표는 광반도체 전문가다. 최 대표는 서울반도체에 대리로 입사해 사장으로 퇴임하고, 어마어마한 적자의 포스코LED를 인수·합병해 우량기업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이 부대표는 서울반도체 기술연구소 소장(부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서울반도체 White LED 관련 원천 특허를 개발한 장본인. 자신들의 핵심기술을 친환경 농업기술과 접목, 4차 산업혁명시대의 맨 앞줄을 그들은 저만큼 앞서 걸어간다.

강원도에서 맞게 될 또 한 번의 전성기

52명 임직원 가운데 생산을 담당하는 38명은 모두 옥천군 주민들이다. 수직 농장인 데다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여기선 그 누구도 허리 굽혀 일하지 않는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일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환경인 셈이다.
터널 입구 포장실로 들어가니,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오늘 생산한 작물을 택배 상자에 담고 있다. 갑자기 들이닥친 외지인에게 한 어머니가 ‘한 번 맛보라’며 채소를 내미신다. 씻지 않고도 맛볼 수 있는, 친환경 작물만의 자랑이다. 정겨운 대화와 따뜻한 미소가 수시로 오고간다.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기분이 환해진다.
“지역주민들이 즐겁게 일하시는 걸 볼 때 우리도 참 행복해요. 곧 영월과 태백과 정선에 추가로 사업장을 낼 계획이에요. 태백엔 두 곳의 사업장을 둘 생각입니다. 그곳에서도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를 내줄 거예요. 광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원도 폐광지역이 농업으로 또 한 번 흥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넥스트온의 최종 꿈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최첨단 식물농장을 다음 세대가 먹고 살 수 있는 일터로 물려주는 것이다. 그것이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갈 후배 세대에게, 선배 세대가 줄 수 있는 ‘작지만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연둣빛 작물들 사이로 장밋빛 소망이 자라난다. 보랏빛 터널 안으로, 무지갯빛 꿈이 어른거린다.